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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꿀팁

자기만의 집 (전경린) 독후감 및 내용요약, 엄마란 무엇인가?

by 세상 모든 지식 2025.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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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전경린의 장편소설 『자기만의 집』은 여성의 삶과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깊이 있는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엄마가 성장하는 과정과 현실의 온도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2007년에 출간된 『엄마의 집』의 개정판으로, 18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엄마의 집에서 자기만의 집으로 바뀐 것은 사랑과 상실, 욕망과 모순으로 뒤엉킨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기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의 삶과 섬세한 문체를 통해 여운을 준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821766

 

자기만의 집 | 전경린 - 교보문고

자기만의 집 | 반복되는 공허한 날들 속에서 무엇으로 내 삶을 채울 수 있을까? 삶의 모순과 존재의 심연을 파고드는 작가 전경린의 귀환!삶을 꿰뚫는 감각적인 문장을 쓰는 한국문학의 독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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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소설은 스물한 살의 대학생 호은이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로부터 낯선 부탁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평범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던 호은에게 아버지는 지금껏 알지 못했던 이복동생 승지를 잠시 맡아달라고 말하고는, 어떠한 이유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만다. 혼란스러움과 당혹스러움 속에서 호은은 생면부지의 어린 동생과 함께 남겨진다.

결국 호은은 어머니 윤선과 함께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 여정은 단순히 아버지를 찾는 여행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얽힌 사람들 간의 복잡한 감정과 갈등, 그리고 자신들의 삶에 숨겨져 있던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 여정은 쉽지 않다. 아버지의 흔적은 쉽게 드러나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마음의 상처와 질문만 쌓여간다. 어릴 때 살았던 동네에 찾아가 아빠의 친구, 아빠의 전 직장동료, 외할머니, 이모를 만나면서 어른들의 비밀과 아이들의 상처 엄마, 호은, 승지 세 여자의 성장을 모두 담아낸다.

여정 끝에 아버지를 찾지 못한 채 지친 마음으로 다시 윤선의 집으로 돌아온 호은과 가족들은 새로운 삶을 함께 시작한다. 한 지붕 아래 낯선 가족 구성원들이 모이면서 갈등과 화해의 순간이 교차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호은은 자신의 정체성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삶의 방향에 대해 깊은 고민을 시작한다. 삶과 사랑에 대해서 대화하고 집이라는 공간과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어른으로 성장한 호은이 어른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소설은 이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으로 인해 갑자기 뒤바뀌어버린 호은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호은은 낯선 동생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감정과 욕망을 마주하게 되고, 어머니와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진실들을 발견해 나간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호은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자기만의 집, 즉 진정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 가는지, 독자는 호기심과 긴장감 속에서 이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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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전경린의 소설 『자기만의 집』을 읽으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여러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이 작품은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갈등을 그리면서도, 특히 현대 사회에서 여성에게 부과된 역할과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이 작품의 중심 인물인 대학생 호은은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로부터 자신이 존재조차 몰랐던 이복동생 승지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부탁이 전달된 방식부터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아버지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승지를 떠맡기고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라져 버린다. 이 지점에서 나는 소설 속 아버지라는 인물의 무책임과 무능함에 대해 깊은 실망과 분노를 느꼈다.

이혼 후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과 역할 변화에 대한 연구는 다수 존재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이혼 후 여성들은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편견, 자녀 양육 등의 문제로 인해 심리적 부적응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 시간과 금전적 자원의 요구가 증가하며, 부부가 상호보완적으로 수행하던 부모의 역할을 혼자서 수행하게 되어 어려움이 가중된다. 또한, 이혼 후 여성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취업을 시도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되어 경제적 곤란이나 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작품 속 아버지라는 인물은 현실 속 많은 가장들과도 닮아 있다. 이상과 꿈을 쫓는다는 명분으로 현실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조차 외면하는 가장의 모습은 현실에서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소설 속 아버지 역시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이상에만 몰두한 나머지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마저 소홀히 하고 만 것이다. 결국 그 빈자리는 이혼한 아내 윤선과 어린 딸 호은에게 돌아갔고, 이들은 어쩌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버지의 선택을 감당하며 아버지의 부재와 책임을 대신 짊어지게 되었다.

소설에서 더욱 안타깝고 답답했던 점은 어머니 윤선의 처지였다. 윤선은 이혼 후 나름대로의 삶을 꾸려가고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전 남편이 맡긴 아이, 즉 자신과는 직접적인 혈연 관계가 없는 이복 자녀 승지까지 키워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윤선에게 그럴 의무는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이 모든 상황을 떠맡게 된다. 여기에서 나는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의 역할과 희생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많은 여성들이 현실 속에서 이와 비슷한 역할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경제적 책임뿐만 아니라 양육과 가정의 정서적 안정까지 모두 여성의 몫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이상만 쫓는 남성은 때때로 가정과 사회에서 면죄부를 얻는다. 그들의 이상 추구가 무능함이나 책임 방기의 변명이 되는 현실을, 이 작품은 매우 적나라하고도 세밀하게 그려냈다.

또한, 소설 속 호은과 승지가 겪는 심리적 혼란과 아픔은 독자로서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낯선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살게 된 그들의 마음에는 얼마나 많은 상처와 불안이 쌓였을까.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호은은 결국 성장하고 자신만의 삶의 방향을 찾아나간다. 소설 속 여정은 아버지를 찾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호은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면의 여정이기도 했다.

이 말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집이 아닌, 스스로의 힘과 정체성으로 세우는 내면의 집을 의미한다. 호은이 자신만의 집을 찾아가듯, 현대의 여성들도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독립된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분명히 보여준다.

『자기만의 집』은 이렇게 여성들이 겪는 현실적 문제를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독자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상을 핑계로 무책임한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남기고 간 책임과 역할을 대신 짊어지는 사람들 사이의 불균형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현실에서 발생하는 유사한 문제들을 더욱 깊게 이해하고, 각자의 삶에서 무책임과 책임 사이의 균형을 돌아보게 된다.

결국 이 책은 개인의 성장을 다룬 작품이면서도, 사회 구조 속에서 무거운 역할을 짊어져야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강렬하게 담아낸 소설이다. 그만큼 현실적이고 생생하며, 깊은 고민과 반성을 하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었다.

 

 

집이란 결국 돌아갈 곳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가야 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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